아날학파(Annales school)의 사론과 연구방법론

2) 장기지속의 역사(브로델을 중심으로)
장기지속의 개념은 블로끄나 페브르에게도 부분적으로 나타나지만 아날학파가 지향하는 전체사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또한 전체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개념으로 이를 확립한 것은 브로델이라고 하겠다.
브로델의 주장하는 장기지속의 역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장기지속의 역사(l`histoire du longue duree)는 종래의 짧은 시간, 숨이 짧은 역사와의 결별을 뜻하며, 세기 단위로의 매우 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새로운 역사 시간의 설정을 뜻한다.

②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역사적 시간의 연장만이 아니라 역사의 표면(사건이나 역사적 인물 등)등으로부터 역사의 내부로, 역사의 보다 깊은 곳으로의 탐색을 뜻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역사의 보다 깊은 곳, 즉 심층에서 작용하는 힘(forces profondes)에 주목하게 되는 것을 뜻하며, 역사의 표면에서의 수많은 사건과 자질구레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밑바닥 깊은 곳에서 별로 변하지 않는 경우에 따라 거의 무변화에 가까울 정도로 움직임이 없는 지속적인 것에 주목하는 것을 뜻한다.

③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크게 부각되는 것이 구조(structure)이다. 이 구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제구조 또는 사회구조를 말하는 것이지만 브로델의 경우 이보다 더 밑바닥에 있는 장기지속적인 것이 포함되어 있다. 즉 매우 긴 장기적인 역사적 시간을 통하여 전달된 모든 현실이 여기 포함되는 바 그것은 지속기간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역사를 떠받쳐 주는 일종의 넓은 의미의 하부구조라고 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그것은 역사에 한계 내지 제약을 가하는 작용도 한다.

④장기지속의 개념은 아날학파로 하여금 의·식·주와 같은 일상적인 물질문화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지게 하고, 개인보다 집단에, 역사적 인물보다 무명의 대중에, 어떤 개인의 사상보다 집단의식이나 집단적 기억(memorie collective)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한다. 브로델의 진정한 역사의 위인과 무명의 대중에 관한 다음과 같은 말은 주목을 끈다. “진정한 역사의 개척자란 그의 시대에 숨겨진 어두운 욕구와 무의식의 놀이를 그의 정신으로서 생생하게 밝혀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⑤장기지속과 구조의 파악은 필연적으로 우발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을 제거 내지 제외시킴으로써 사회발전에 관한 역사적 모형(modele) 구성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비교연구의 보다 더 과학적인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