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억울하고 부당한, 한국과 서구 간의 문화적 일방통행적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로 잡아보려는 작은 시도의 하나로, 필자는 유학시절 학위논문을 작성할 때 접하며, 그 문학적/문화사적 내용의 풍요로움에 매료된 적이 있던 판소리계 소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판소리 사설(가사)을 순차적으로 독일어로 번역할 계획을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었다. 2005년 초, 우연한 계기로 10월 우리나라가 주빈국(主賓國, Guest of Honour)으로 선정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ook Fair 2005)에 우리 고전 구비문학 판소리 사설 여러 마당을 번역서로 내자는 제의를 받았고, 겨울방학 내내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3마당 - 「춘향가」(소리: 조상현, 북: 김명환, ‘뿌리 깊은 나무’ 판소리), 「심청가」(소리: 정권진, 북: 이정업, ‘신나라’ 판소리 명인시리즈 006, 사설채록: 최동현, 녹음: 1970년대 초, 가족소장본), 「수궁가」(소리: 박봉술, 북: 김명환, ‘뿌리 깊은 나무’ 판소리).
을 (학위논문에 거의 버금가는 수준의) 비교적 상세한 500에 근접하는 주석을 곁들여 독일어로 완역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수 년 전 정부 출연기관으로 새롭게 출범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지원을 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고, 책을 내겠다는 독일 현지 출판사도 있어, 본인의 졸저 Pansori: Die gesungenen Romane Koreas - Band I: Gesänge von Liebe, Treue und listigen Tieren(판소리: 노래로 불리어지는 한국의 소설들, 제1권: 사랑, 효(孝) 그리고 꾀 많은 동물의 노래, Edition Peperkorn, 400쪽, 25유로)가 예정대로 10월 초 독일에서 출간되어 도서전 한국관 한 구석에 진열되는 작은 영광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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