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 우리 사회를 무고한 아벨을 죽인 어둠의 시대로 인식하였지만 춥고 어두운 겨울의 무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희망과 용기를 간직하는 것만이 오직 어둠을 이기는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이 어둠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오직 두 손을 맞잡는 일
손을 맞잡고 뜨겁게 뜨겁게 부둥켜안는 일
부등켜 안고 체온을 느끼는 일
체온을 느끼며 하늘을 보는 일이거니
「서울 사랑-어둠을 위하여」일부
4. 광주의 아픔과 눈물
고정희의 시세계는 흔히 첨예한 현실인식과 준열한 역사의 증언을 줄기차게 해댄 `메시지 강한 목적시`로 인식되지만, 80년대 후반에 이르면서 그의 시에서 처연한 슬픔과 절망, 고독이 점차 짙어지고 `불기둥`으로 서기보다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바다`에 침잠함을 볼 수 있다. 이는 늘상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것`을 좇으며 살아온 열정적인 그의 삶 속에서 눌려 있던 눈물 많고 낭만적인 섬세한 심성이 시대의 무게를 떨쳐내면서 자연스레 점차 자신의 시세계를 장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고향을 상징하는 어머니의 부음과 독신자로서 맞게 되는 40대의 회환 등이 결핍과 갈망을 한층 강화하게 된 때문이라 이해된다.
해남에서 태어나 70년대말 광주 YWCA간사로 일한 적 있는 그에게 광주는 마음의 고향이었고 그래서 광주의 고통은 뼈저리게 다가왔다. 『눈물꽃』이나 『지리산의 봄』『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광주의 눈물비』 등의 시집에 이르면 온통 흘러내리는 눈물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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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리 이글턴, 문학이론입문 • 정효구, 고정희론, 현대시학 1991 • 고정희, 한국여성문학의 흐름, 또하나의 문화 • 정효구, 고정희 시에 나타난 여성 의식, 충북대학교 • 정순진, 한국문학과 여성주의 비평, 국학자료원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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