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회풍자소설 (유림외사)
<홍루몽>과 같은 시기에 또 하나의 위대한 소설이 나왔다. 바로 오경의 <유림외사>이다. 오경재는 자가 경헌(敬軒), 만년에 문목노인(文木老人)이라 호 했으며 안휘(安徽) 전초(全椒)사람이다. 부유하고 명망있는 집안에 태어나 학문을 닦고 충분한 문장 실력을 갖추었으나 형식적인 과거제도와 벼슬길에 싫증을 느끼고 호탕한 생활을 하다가 가산을 탕진하고 남경(南京)으로 와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쓴 것이 <유림외사>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적인 경험과 관찰을 통해 팔고문으로 관리를 선발하는 제도와 관료제도에 대해 통절하고 깊이 있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고로 <유림외사>를 통해 유림속의 추악하고 비열하고 우스꽝스런 여러 가지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중국 최고의 소설풍자예술을 이룩했다.
이 소설은 냉정하고 예리한 필치와 사실적 스케치 수법 및 태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논평적 서술과 유창하고 생동적인 백화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유생들의 이야기를 하나한 써내려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악을 풍자하거나 암흑을 폭로하는 것을 위주로 한 작품은 빛을 잃기 쉽다. -우리나라에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당시 사회를 반대(?)하는 내용의 작품은 오래가지 못한다. (비록 독자들에게는 순간 많이 읽힐지 모르지만)-그러나 <유림외사>는 오히려 유림을 뛰쳐나오고 벗어나야 한다는 사상을 선양하고 있다.
장편소설로서의 <유림외사>는 구성면에 있어서 독특한 특색을 나타낸다. 소설 전체를 통하여 중심인물이 없을뿐더러 계통적인 이야기 줄거리도 없다. <유림외사>에선 수많은 인물들이 연이어 등장했다가는 사라지면서 그때 그때 짤막한 삽화같은 것을 계속 얘기해 준다. 물론 삽화와 삽화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관련은 있지만 계속되는 얘기 줄거리는 없다. 따라서 <유림외사>는 공간적으로 여러 고장의 여러 종류의 유림에 속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갖가지 비열하고 어리석고 천박한 짓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극히 일반적인 백화로 묘사하면서 작가의 이상과…(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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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의 형상에 있어서도 작자는 성격과 심리묘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며 인간이 아닌 주인공의 묘사에서도 호흡이 통하고 피가 흐르는 듯한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들어 예술형상을 더욱 높였다. 언어에 있어서도 문언소설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사려 우아하고 절제된 언어를 적적하게 구성하였고 동시에 생동감 있는 구어와 속담을 활용하여 살아있는 언어로 만들었다. 다시 말해 <요재지이>는 당대 전기의 수법을 차용하여 탄탄한 구성력, 풍부한 상상력, 정련된 언어, 치밀한 묘사성, 뛰어난 창작성으로 중국 문언 단편소설의 최고봉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다.
Ⅲ.결론
지금까지 명대와 청대를 나누어 개괄과 더불어 당시 소설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 및 유행했던 소설을 종류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흔히들 명,청소설을 한데 묶어 이야기하곤 한다. 정리를 하면서 명대와 청대의 소설의 차이점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가 있었다. 종류별로 나눈 부분에서도 쉽게 알아 볼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대에는 역사소설이나 영웅, 신마소설등의 (물론 소설속에서 나타내는 주제가 사회와 관련이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우선은 인물묘사나 형상, 주제를 나타내는 방법에 있어서 명대보다는 청대가 더 직접적이면서 더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적나라한 묘사나 비유의 차원을 넘어선 표현등이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명대가 통속문학의 융성기라 하면 청대는 그 차원을 넘어서 결실을 맺으면서 점점 현대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당시 유행했던 속문학으로서의 소설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항상 그 사회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당시에는 사회의 부패와 모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그 문학의 생명이 오래 가지 못했지만 현대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지만...) 소설을 정리해보면서 다시한번 통속문학, 소설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