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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사회와 1970년대 독일의 사회는 어찌 보면 여성 해방에 있어서 비슷한 단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나라의 여권 시장이 나날이 신장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나 주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여성들이 단순히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그러하다. 이 책의 ‘나’ 역시 울프와의 결혼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단지 남편인 롤프의 테두리 안에서 그 활동 영역이 제한되어 있음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는 사는 게 아주 단순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그 단순함에 놀라 뒷걸음질치고 당초 무늬 장식을 해 넣고 우리 자신을 그런 장식 속에 숨기는 거죠. 그리고 이런 장식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단순함을 간직하긴 하지만, 사는 데는 유능하지 못한 사람이 되구요” 라는 구절에서 우리는 결혼 한 후의 ‘나’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나’는 나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그 방향 감각을 상실한 듯싶다. 단지 어떠한 틀에 메여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하는 구절이다. ‘나’는 이렇게 사회의 정형화된 틀 안에서 자신의 생활이 구속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며 그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롤프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결혼 후의 여자로서의 ‘나’의 모습은 더욱 비참하기만 했다. 결혼 후의 ‘나’는 더욱 남편 롤프에 의해 갖혀 버렸다. 그에게서 ‘나’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단지 그녀의 아내로서만 행동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강요받는다.
“사람들은 나를 물질에 관계된 일을 하도록 나에게 신성한 의식으로 의무를 지워준 뒤로 나는 정말 꽤 괜찮은 요리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창녀가 되려고 한다. 롤프에게 더 필요한 게 그거다. (……) 이것이 바로 롤…(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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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기테 슈봐이거의『바다에 어떻게 소금이 들어 있지 Wie kommt das Salz ins Meer』를 읽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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