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7(만력 15년) 아무 일도 없었던 해

1. 만력제

1572년 만력제는 24살의 나이로 부친 융경제의 뒤를 이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만력제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15년 전부터 “의전절차”와 “인사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다. 초기 만력제는 황제의 지위에 올라 의욕적이며 적극적인 태도로 국정을 돌본다. 1582년 말부터 북경지역에 몰아쳤던 가뭄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으로 만력제는 기우제를 직접 준비하게 되고, 이때 만력제는 모든 문무백관들이 말이나 가마를 사용하지 않고 도보로서, 1530년 가정제 때 준공된, 북경 남쪽 교외에 위치한 노천(노천)의 제단까지 이동하는 것을 직접 계획하여 실행하였다. 만력제는 미신을 믿지는 않았으나 한낱 미신으로라도 당시의 가뭄을 이겨낼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괴로움을 인내할 줄 알았던 인물이었으며,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인식하였던 총명하고 예민한 황제였던 것이다. 극도로 세분화되고 의례화되었던 명조의 의전절차를 만력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이러한 만력제를 황제의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수보 장거정이 보조하게 된다. 만력제는 어린 시절 경서, 서예, 역사의 세 가지를 주로 학습하였으며, 특히 명대의 도덕적인 관습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