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개항(강화도 조약)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개항 이전 조선의 지식인층에서 선진 문물을 수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18세기 후반 실학자 중 북학파들은 민간 상인의 해외 무역을 주장했다. 정부 내 관료 중에서도 개항의 필요성을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주로 청국의 사정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대청 외교의 직접 담당자들이었다. 이들은 기존의 사상과 지배 질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양의 발달된 기술·기계를 수용해 부국 강병을 이룩하고자 했다. 그러나 쇄국 정책을 고수한 대원군과 당시 대표적 지식인층이었던 보수 유생층의 위정 척사론에 부닥쳐 대세를 장악하지 못했다. 스스로 문호를 개방해 세계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위정 척사론은 서양의 문화를 이단으로 배격하고 유교적 질서를 지키려 했던 보수 유생층의 현실 대응론이었다. 이들은 공자·맹자의 왕도 정치 이념을 지키면서 체제를 유지하고 주로 세제 개선·개혁과 국방력 강화를 통해 외세의 침략에 대응하고자 했다. 김태영 경희대 교수는 “외세의 침략은 배격돼야 한다는 점에서 위정 척사론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봉건적 질서를 지나치게 고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