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국의 군사전략과 미사일방어체제
1. 머리말
이 글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상이 외부의 미사일위협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 자신 내부의 동학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조명하려고 한다. 첫째, 미국은 자신이 오늘의 국제질서에서 누리고 있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을 십분 활용하여 첨단군비경쟁에서 우월한 위치를 강화해나가고자 한다. 이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질서의 강화한다는 것과 함께 세계의 주요 나라들이 미국과 함께 인류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냉전시대와 유사한 방향으로 왜곡시키도록 촉진하는 부작용을 갖겠지만, 미국에게는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다른 잠재적 경쟁국가들과의 첨단군사능력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격차를 유지한다는 욕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경제력과 기술력이 미국에게 부여하는 기회를 미국은 결코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경제력과 기술력의 발전, 그리고 그것이 무기체계혁신에 제공하는 기회는 정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제영역과 기술영역이라는 상대적 자율성을 가진 역사과정의 소산인 측면들도 있다. 그러나 그 경제력과 기술력을 군비경쟁에 끌어들여 그 군비경쟁의 메커니즘을 전지구적 질서로 유지할 것인가 여부는 정치적 결정이며 정치적 과정의 소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자신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탈냉전이라는 국제정세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차원의 군비경쟁의 과정에 이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의 두 번째 강조점은 미국이 자신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제공하는 기회를 미사일방어체제라는 군비경쟁 메커니즘으로 이끌어들이고 있는 정치적 과정을 주목하는 것이 될 것이다. 경제력과 기술력의 우월한 위치를 군비경쟁으로 연결시키는 정치적 과정은 예를 들면 NMD와 TMD라는 미사일방어체제가 어떤 수준과 일정으로 추진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셋째,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가 방어적인 무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략)
2. ?공포의 균형?의 핵전략과 불안, 그리고 탈출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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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 상대방이 먼저 핵공격을 하면 자신도 보복핵공격을 통해 상대방을 확실하게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의 선제핵공격을 억지한다는 전략적 뜻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공포의 균형상태에서 핵전쟁이 초래할 결과를 묘사한 것인 동시에 그 현실에 기초한 핵전략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포의 균형과 공멸보장의 논리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내재적으로 새로운 탈출구에 대한 갈증을 낳는 것이었다. 그 갈증은 두가지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상대방의 핵공격 위협에 대한 견제장치는 오직 상대방의 이성적 판단인데, 일단 상대방이 비이성적으로 핵공격을 감행했을 때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었다. 둘째는, 2차대전이후 미소의 군비경쟁의 축은 핵무기경쟁인데, 실제 미국이 개입하게 되는 전쟁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과 같이 미소의 직접적인 대결이 아니라 제3세계였다. 제3세계의 국지전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떠올랐다.
1970년대에 이 두가지 딜레머로부터 탈출이 모색되었다. 먼저 제3세계를 비롯한 국지전의 상황에서 핵무기를 적절히 사용하여 군사적 승리를 확보한다는 개념은 ‘핵의 유연대응’(flexible response)을 앞세운 제한핵전쟁(limited nuclear warfare)론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포의 균형상태에서 상대방의 핵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모색한 것이 탄도미사일방어체제였다. 특히 미국에서 이런 논의가 활발하였다. 미국의 안보를 위한 최선의 방책은 억지(deterrence)가 아니라 ?방위?(defence)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인구와 산업을 적의 선제공격시에도 적극적으로 방어해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핵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방공망을 건설하는 것이 1960년대, 1970년대의 기술수준으로는 미소 양국 어느쪽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방공망을 건설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엄청난 군비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