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제지급결제시스템의 필요성, 가능성 및 방안
동아시아 경제에서 자본시장의 취약성은 앞으로 병목현상으로 작용하면서 동아시아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 지역을 다시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역내 자본시장의 연계와 통합을 통해 지역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동아시아 국제지급결제시스템의 구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하여 동아시아 국제지급결제시스템을 외환결제시스템과 국제증권결제시스템으로 구분한 후 각각에 대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그들의 실현가능성 및 장단점을 검토하였다. 동아시아 외환결제시스템에 관해서는 CLS 참여, Asian CLS, Asian TARGET 등 세 가지 대안을 검토하였는데, 민간의 자발적 참여 정도, 시스템의 안전성, 참여국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동아시아 국가들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보다는 글로벌 시스템인 CLS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성이 높은 대안이라고 판단하였다. 동아시아 국제증권결제시스템은 분산형모델과 단일집중모델으로 구분하여 검토하였는데, 분산형모델로부터 출발하여 단일집중모델로 이행하는 과정이 바람직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일집중모델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해관계 조정과 체제적 위험의 최소화에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논문은 마지막으로 향후 동아시아 국제지급결제시스템의 디자인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하는 기본원칙과 한국의 역할에 관해 논의하였다.
I. 문제의 제기
동아시아 각국은 외환위기 이후 국제자본의 움직임이 초래하는 충격을 소규모 개방국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국제유동성위기에 대한 최종대부자로서 IMF 역할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자각으로부터 지역금융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1). 그 첫 번째 가시적인 성과는 치앙마이 이니시어티브(Chiang Mai Initiative: CMI)를 통한 쌍무적 스왑협정의 도입이다. 보다 최근에…(생략)
|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간 금융거래의 지급결제는 국제증권결제와 외환결제라는 두 가지 차원을 포괄한다. 증권결제는 증권거래 당사자들이 청산과정을 통하여 확정된 채권?채무관계를 증권의 인도와 대금의 지급을 통해서 종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제증권결제란 증권을 외국시장에서 구매 또는 판매하거나 국내시장에서 비거주자와 거래하는 경우에서의 결제를 의미한다. 국제증권거래는 증권 구매자의 지급통화가 판매자의 수취 통화와 다른 것이 일반적이므로 외환결제도 필요하게 된다. 외환결제란 외환시장에서 외환의 매도 및 매입기관 간에 사고 판 통화를 서로 지급함으로써 채권?채무관계를 종결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의 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다른 부분으로 전파되는데, 지급결제제도는 이러한 전파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안전성이 결여된 지급결제제도는 위험의 전파 문제를 증폭시켜 이른바 체제적 위험(systemic risk)을 초래하게 된다. 하지만 안전성만을 고려한 지급결제제도는 제도적 비효율성을 초래하여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글은 동아시아 국제지급결제시스템 구축의 필요성과 가능성, 그리고 추진방안에 대해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아시아 자본시장의 통합이 바람직한 것인가? 자본시장 통합이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자본시장통합에서 ‘동아시아 지역주의(East Asian regionalism)’가 지니는 의미와 필요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동아시아 자본시장의 통합에서 국제지급결제제도가 지니는 의의는 무엇인가? 셋째, 동아시아 국가들만의 국제증권결제시스템과 동아시아 외환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 이 질문과 관련하여 글로벌한 차원의 증권결제와 외환결제시스템의 동향은 어떠하며, 글로벌 시스템이 동아시아 지역에